한때 주변 사람들에게 좌우명처럼 하던 말이 있다.
“낮에는 커피를 잘 마시고, 밤에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고 싶다.”
지금은 예전만큼 이 말을 밖으로 꺼낼 필요가 없을 만큼 이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생하고 있을 간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사대문 안으로 출근하자마자 캔틴으로 향한다. 캡슐 커피를 한 잔 내리며 아침을 시작한다. 만원 지하철의 빡빡함을 해소하고, 지난 어제의 텁텁함을 해소하는 하나의 의식이라 할 수 있겠다. 하루에도 4잔은 넘게 마시는 것 같다. 학창 시절과 직장인의 시간을 보내며 카페인에 대한 역치가 그만큼 높아진 탓 일수도, 아니면 무언가 많이 기획하고 도모하고 싶기에 연료를 가득 채워 넣는 것 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낮에는 커피를 잘 마셔야 한다. 무언가 도모하고자 한다면.
커피 하우스(Coffee House)는 우리를 각성 시키는 커피 한 잔을 통해 인류 지성의 발전을 견인한 구심점이었다. (Steve Johnson: Where good ideas come from)
커피 한 잔의 역사를 정말 인상 깊게 풀어낸 TED Talks가 있다. Steve Johnson의 [Where good ideas come from]은 좋은 생각의 근원에 대해 논하는 17분의 강연이다.
강연을 시작하며 그는 영국 최초의 카페인 The Grand Cafe를 소개한다. 얼핏 보면 그저 오래된 카페 하나로 보이지만, 그는 이러한 커피 하우스(Coffee House)의 등장과 인류 지성의 발전 간 유의미한 연결 고리를 제시한다. 커피 하우스가 활성화 되기 이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높은 온도로 끓이고, 높은 도수로 소독한 한 잔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아, 정말 너무 안타깝다. 살짝 군침이 돌기는 하는데, 안타깝다.) 맥주와 와인, 진까지 아마 이 당시의 사람들은 취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Steve는 비교적 정수된 그나마 안전한 물을 마시기 위한 인류의 선택지에 술 대신 커피가 등장하며 인류에게 좀 더 '맨정신'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매력적인 음료를 앞에 둔 채, 멀쩡한 정신으로 한데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생각할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많은 생각은 더 많은 좋은 생각을 낳았을 테고.
커피는 사실 오랜 기간 이슬람 문화권의 전유물이었다. 종교 행사라는 비일상을 비롯하여 밤을 횡단하는 유목민의 일상의 생필품까지 널리 애용되었다.
낮에는 깨어 있게 하고 밤에는 잠들지 않게 하던 신에게 닿을 것만 같은 이 명쾌함과 황홀함은 사실 오랜 기간 이슬람 문화권의 전유물이었다. 커피의 시작은 예멘에서 예배 중 졸음을 쫓기 위한 각성제였다. 이후, 종교 행사라는 비일상을 넘어 더위가 가신 밤의 사막을 횡단하는 유목민이 맨정신으로 별자리를 길잡이 삼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상의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