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을 통해 도모하는 나날의 커피 한 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낮을 명석하고 뚜렷하게 채워주는 한 잔이 있었다면, 다른 무언가는 밤을 채워주어야 한다.

“낮에는 커피를 잘 마시고, 밤에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고 싶다.”

이 말은 어쩌면, 아니 사실은 “밤에 술을 잘 마시는” 나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낮에 커피를 잘 마시”겠다고 다짐하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술도 좋아지만, 맛있는 술을 두고 한데 모여 생기는 좋은 자리를 더 좋아한다. 살짝 취기가 올라 서로가 좀 더 솔직해지는 찰나의 순간들,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하고 순수할 수 있는 순간들을 좋아한다.

밤에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 무언가에 닿고자 한다면.

쉽지 않은 나날이다. 사실 쉽지 않아서 다행일수도 있다. 매일 새롭고 무언가 결과를 내고 싶은 나날은 쉬워서는 안된다. 우리는 달콤씁쓸한 술 한잔으로 이러한 쉽지 않음을 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술 한 잔을 들고 이리저리 굴리며 이 한 잔의 술이 어떤 지난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닿았는지 생각해 본다. 신화적 상상력을 타고 멀리 그 근원을 찾아가면, 디오니소스의 포도주가 가장 탁월한 예, 술적인 순간일 것이다.

디오니소스(Dionysus)는 고대 그리스의 신으로 포도주와 풍요, 포도나무, 광기, 황홀경과 축제의 신이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에 해당하는 신이기도 하다. (Ciro Ferri: Triumph of Bacchus)

디오니소스(Dionysus)는 고대 그리스의 신으로 포도주와 풍요, 포도나무, 광기, 황홀경과 축제의 신이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에 해당하는 신이기도 하다. (Ciro Ferri: Triumph of Bacchus)

디오니소스(Dionysus)는 고대 그리스의 신으로 포도주와 풍요, 포도나무, 광기, 황홀경과 축제의 신이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에 해당하는 신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에너지 드링크 ‘박카스’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술과 흥을 대표하는 신의 이름이 맨정신을 위해 마시는 에너지 드링크에 쓰인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는 시름에 빠진 이들에게 포도주 한 잔을 건네며 위로를 건네기도, 혼란스럽고 광란에 빠진 순간에 함께하기도 한다. 결국 그 어디건, 슬프건 기쁘건 가장 솔직한 순간에 함께하는 신이다. 새삼, 포도주가 이런 대단한 순간에 함께하는 술이라는 점이 경이롭다.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포도주 제조 방식을 따르는 양조장에서는 맨발로 포도를 발로 밟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포도주 제조 방식을 따르는 양조장에서는 맨발로 포도를 발로 밟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포도주만큼 유서 깊은 술이 어디 있을까 싶다가도, 그 역사가 어떻게 시작 되었을 지를 생각하면 신기한 부분이 많다. 최초에는 통에 과일을 넣고 '그냥' 발로 밟은 괴짜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내가 못살아!" 라고 푸념하면서도 버리지 않고 내버려 둔 (왜?) 배려가 있었을 것이고, 이어서 발로 밟고 적당히 삭힌 그걸 마실 생각을 한 (대체 왜?) 극한의 호기심이 있었을 것이다. 최후에는, 이 좋은 걸 혼자 먹기 아쉬워 잔을 돌리고 판을 벌였을 것이다.

서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저 발로 밟은 과일쓸데없는 배려위험한 호기심광란의 모임이었을 하나 하나 말이 안되는 상황들이 한데 모여 우아한 포도주 한 잔으로 태어난 것이다. 이런 거 보면, 여러모로 술 한 잔의 서사는 무언가 닿고자 노력한 연결의 시도들이 쌓인 근사한 결실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근사한 술 한 잔으로 서로에게 닿았으면 한다. 물론, 이 근사한 글은 포도주로 운을 띄웠지만 사실 편하게 한 잔 마시기에는 조금 거창한 감이 있다. 위스키는 너무 묵직하고 독하니 차라리 하이볼로 마시자. 괜찮다면 진한 우롱 하이볼을 추천하고, 탄산이 달콤하게 튀는 토닉 워터를 섞고 레몬 즙을 뿌려 정석으로 마셔도 좋다.